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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월경 격리법’이란? 지금도 존재하나요?

그린 공간 2025. 5. 29. 13:24

여러분은 혹시 ‘차우파디(Chhaupadi)’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는 네팔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일종의 월경 격리 관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생리를 하는 여성은 ‘부정한 존재’라 여겨져 가족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고, 마치 감금되듯이 외딴 오두막이나 헛간에서 며칠간 격리되는 것이 이 관습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풍습은 2017년 네팔 정부에 의해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격리 오두막을 만드는 행위나 여성을 강제로 격리하는 사람에게는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실이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히말라야 인근의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 관습이 남아 있고, 오히려 법을 어긴 여성들이 지역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법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도 큰 간극이 존재하며, 단순히 격리 관습을 어겼다고 해서 벌금을 부과받는 것이 아니라, 관습을 거부한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의 '월경 격리법'이란?

‘월경 격리법’을 어기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팔 정부는 ‘차우파디’를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성차별적 관습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여성을 격리시키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되었고, 이를 시행하거나 지시한 사람은 최대 3개월의 징역형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 스스로가 격리를 거부하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이 생리 중에도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공동 식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속적 위협을 받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지역 사회의 강한 집단 문화는 이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월경 격리 오두막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두막은 기본적인 위생이나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동사하거나 뱀에게 물리는 등 안전사고가 잦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격리를 거부하면, 사회적 위험과 가족 내부의 갈등을 감수해야 하기에 문제는 매우 복합적입니다.

 

네팔 사회는 왜 여전히 이런 관습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네팔의 전통적 문화와 힌두교적 신념 속에서는 여성의 월경을 ‘더럽다’거나 ‘불경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단순한 미신이나 오해 수준이 아니라, 수백 년 간 전해 내려온 종교적, 사회적 뿌리 깊은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경 중인 여성이 신전 근처에 가거나 부엌에 들어가면 신에게 벌을 받는다고 믿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조차 은밀히 생리를 감춰야 하며, 월경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존재합니다.

 

물론 도시 지역에서는 점차 인식이 개선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문해율이 낮고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법보다 강한 전통의 힘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이 법과 관련해 주의할 점은?

네팔을 여행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러 가는 외국인의 경우, 이 관습에 대해 사전 정보 없이 방문했다가는 큰 문화적 충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자원봉사자가 생리 중일 때 마을 공동 부엌에 들어가거나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자칫 외국인이 지역 문화를 무시했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역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네팔 방문 전에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민감성을 반드시 이해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사전 교육이나 안내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원봉사나 인권 관련 활동을 하더라도 현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외부 시선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선택과 목소리를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법은 있지만, 변화는 아직입니다

네팔의 ‘월경 격리법’은 단순히 여성의 생리 문제에 대한 법적 규제가 아니라, 오랜 전통과 종교, 지역 공동체의 구조를 흔드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국가가 법을 제정한 이후에도,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그 격차 속에서 여성들은 지금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관습을 어긴 여성이 고립되고 위험해지는 역설적인 현실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네팔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해 전통과 인권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비단 네팔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여성이 문화적 이유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