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라고 하면 보통 ‘물건이 탐나서 훔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절도범들의 심리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복잡한 동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비싼 물건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침범하고 지배하려는 욕구, 즉 ‘통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절도도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절도범의 심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단순한 도둑질로 보기 어려운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건보다 ‘사람의 공간’을 훔치는 심리
어떤 사람이 편의점에서 작은 과자 하나를 훔쳤다고 가정해봅니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일 수도 있겠지만, 범인의 심리를 면밀히 분석하면 ‘자신이 누군가의 규칙을 깨고 있다는 자각’을 즐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물건 자체보다 누군가의 일상과 질서를 침범하는 행위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은 친구 집을 방문할 때마다 친구가 모아놓은 소소한 장신구를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친구는 처음엔 몰랐지만, 나중에야 물건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걸 깨닫고 절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절도 행위가 단순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친구의 삶에 자신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통제욕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이런 심리는 단순한 재산상의 욕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배하려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절도 행위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죠.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자존감
절도는 때로는 통제감 상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거나,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라는 무력감을 느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절도라는 행동을 통해 가짜 자존감을 얻게 됩니다.
한 20대 남성은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이 너무 무가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마트에서 명품 로고가 붙은 손수건 하나를 슬쩍했는데, 그 순간 자신이 ‘남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손수건 하나로, 잠시지만 내가 누군가처럼 느껴졌어요.”
이처럼 절도는 단순히 ‘가진 것’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박탈감이 쌓였을 때 생기는 왜곡된 행동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일시적으로라도 느끼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 만족감이 매우 짧고 금방 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 결과,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추구하면서 습관성 절도로 이어지게 됩니다.
통제의 수단으로서의 절도: 강한 심리적 메시지
절도는 때로 누군가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 간의 갈등이나 연인 사이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한쪽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행위는 ‘내가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심리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한 사례에서는 중학생 아들이 어머니의 지갑에서 지속적으로 돈을 훔쳤습니다. 단순히 용돈이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상담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자신을 무시하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심과 통제 욕구가 이 절도의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그는 “엄마가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왜 내 용돈은 통제하려 하느냐”는 말을 자주 했고, 돈을 훔치는 행위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어머니를 ‘이기고 싶다’는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처럼 절도는 타인의 질서, 통제, 권위에 저항하거나 그것을 꺾으려는 심리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범죄로 보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갈등과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든 절도범이 같은 심리는 아닙니다
물론, 절도범이라고 해서 모두가 ‘통제를 원한다’는 심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절도에는 매우 다양한 동기가 작용합니다. 경제적 필요, 순간적인 충동, 중독적인 습관, 또는 정신질환에 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통제 욕구와 관련된 절도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외부 환경에 의해 자신이 통제당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그 반작용으로 ‘무언가를 훔친다’는 행위가 심리적 해방 수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생필품을 훔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스마트폰 케이스, 연예인 포스터, 유명 카페의 컵 등 상징성이 있는 물건을 훔치는 절도가 늘고 있습니다. 이건 단지 물건이 아니라, ‘소속감’이나 ‘사회적 상징’을 훔치려는 심리일 수 있습니다.
절도라는 범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절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종종 우리가 예상치 못한 심리적 결핍과 갈등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왜 훔쳤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왜 그런 행동이 필요했을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도범의 심리는 단지 ‘갖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통제감이 무너진 삶,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망, 관계 속에서의 무력감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심리를 이해하는 건 범죄를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범을 막고 회복을 돕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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