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간다에서 벌어진 남성 스커트 착용 논란
우리는 옷을 선택할 때 보통 ‘성별’에 따라 정해진 기준에 맞춰 고르곤 합니다.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많은 사회에 남아 있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경계는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계에서는 성별을 넘나드는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젠더리스 패션’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우간다에서는 남성의 스커트 착용이 사회적 논란을 넘어서 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걸까요?
2024년 12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한 남성이 전통 스커트인 ‘키칸조(kikanzu)’를 입고 거리에서 돌아다니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이 여성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 전통 의상을 착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측은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 사건은 곧 지역 언론과 SNS를 통해 퍼지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 우간다 법에는 남성 스커트 착용 금지 규정이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로 우간다 법에 남성이 스커트를 입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직접적으로 남성의 스커트 착용을 금지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더 애매한 조항에 있습니다. 우간다 형법에는 ‘비정상적인 행위’나 ‘공공질서 위반’ 같은 추상적인 표현이 담겨 있어, 해석에 따라 특정 복장도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죠. 특히 우간다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엄격한 편인데, 2023년에는 동성애 행위를 사형까지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법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깨는 복장’ 자체가 동성애와 연관 지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특정 복장이 단속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스코틀랜드식 전통 킬트(kilt)를 입고 우간다 시내를 돌아다닌다면, 그 복장이 전통 문화의 일부라는 점이 알려지지 않는 한 현지 경찰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법 해석의 자의성으로 인해 실제 체포나 벌금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패션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옷차림의 문제를 넘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 성 정체성의 자유, 문화 다양성 존중이라는 중요한 인권적 문제로 연결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단순한 ‘남성’,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다양한 성 정체성과 표현 방식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스커트를 입은 남성이 반드시 성별 전환을 원하거나 동성애자라는 오해는 시대착오적인 편견일 뿐입니다. 실제로 패션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남성 배우나 가수들이 당당히 스커트를 입고 무대나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는 영화 시사회에서 스커트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시원해서 입었다”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대중은 그의 모습에서 ‘자기 표현의 자유’를 읽어냈습니다.
하지만 우간다처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는 이러한 자유가 아직까지는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적 근거가 모호하거나 사회적 편견이 강한 경우,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오히려 법의 이름 아래 억압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4.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되, 인권은 보편적이어야
우간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인권의 기준까지 낮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어떤 나라의 전통이나 종교,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자기 표현의 자유’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가치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우간다 정부가 패션을 이유로 개인을 제재한다면, 그것은 단지 복장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특정 옷차림이나 외모를 이유로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배척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간다에서 남성이 스커트를 입는 것이 불법이냐는 단순한 질문이, 이처럼 다양한 인권, 문화, 법률,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법의 조항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회의 인식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의 특이한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에서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이유? ‘하이힐 금지 구역’의 진짜 의미 (0) | 2025.05.29 |
---|---|
이탈리아의 '비둘기 먹이 금지법'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0) | 2025.05.28 |
헝가리에서는 왜 이름을 지을 때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까요? (0) | 2025.05.28 |
이란의 ‘여성 자전거 금지법’의 현실 – 자유와 규율 사이에 선 여성들 (0) | 2025.05.27 |
중국의 ‘부모 봉양법’, 실제로 얼마나 강제적일까? (0) | 2025.05.26 |
노르웨이에서는 무제한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 북유럽의 음주 문화와 법적 규제 (0) | 2025.05.26 |
뉴질랜드에서는 고양이를 기르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그 진실과 배경 (0) | 2025.05.25 |
프랑스에서는 죽은 사람과 결혼이 가능하다? (0) | 202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