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의 자전거, 왜 문제가 될까?
우리에게 자전거는 그저 이동 수단이자, 건강을 위한 운동 도구로 여겨집니다. 출퇴근길에, 공원 한 바퀴를 도는 산책 중에, 또는 친구와 소풍 가는 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전거입니다. 그런데 중동의 한 나라, 이란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이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사회 규율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복장, 행동, 이동, 심지어 웃음소리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조차도 통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는 유독 논란이 되는 사안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거나, 타인의 성적 유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성직자들과 정부 인사들은 여성의 자전거 이용을 ‘비도덕적’이라 규정해 왔습니다.
2016년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여성의 자전거 탑승을 공식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파트와 동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이슬람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고, 이후 일부 지방에서는 실제로 여성 자전거 탑승을 금지하거나 제지하는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2. 현실 속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법적·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이란 여성들은 실제로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란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과 타협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 테헤란이나 이스파한 같은 도시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히잡과 긴 외투를 착용한 채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항상 경찰이나 종교 경찰의 단속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때때로 자전거를 빼앗기거나 벌금을 부과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건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자유를 상징하는 도구”라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방 소도시나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여성들은 친구 집에서 자전거를 몰래 빌려 한밤중에 사람 없는 골목에서 잠깐 타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여성 활동가는 “자전거를 타는 게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라고 고백하며, 여성의 기본적인 이동 자유조차 제약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란 여성들은 법의 경계선 안팎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전거 한 대를 타는 것이 이토록 복잡하고 무거운 문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3. 국제사회의 반응과 변화의 가능성은?
이란의 여성 인권 문제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자전거 금지 문제는 시민의 자유, 성평등, 종교적 억압이라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여성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이란 여성 수십 명이 SNS 캠페인을 벌이며, 자전거를 타는 영상을 직접 촬영해 공유했습니다. “#من_هم_دوچرخهسواری_میکنم” (나도 자전거를 탄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금기를 깨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것입니다. 이 운동은 빠르게 퍼지며 전 세계 여성 인권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전거 탑승에 대한 제한이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자전거 금지 법안이 전면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금지된 것처럼 적용되는 분위기는 남아 있습니다. 특히 지역 경찰이나 자율단체들이 자의적으로 단속하거나 괴롭히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여성들이 불안함 속에서 자전거를 타야 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분명히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전거 한 대를 타는 것이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한 걸음씩 더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상징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란의 ‘여성 자전거 금지법’은 단지 한 나라의 특별한 문화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여성의 이동권, 표현의 자유, 성평등 등은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돼야 할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란 여성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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