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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는 왜 이름을 지을 때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까요?

그린 공간 2025. 5. 28. 15:12

헝가리는 유럽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지닌 나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름을 짓는 일’은 부모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헝가리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이 나라는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며, 이 과정은 법률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등록된 이름’이어야 하며,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이름은 출생 신고조차 어렵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부모가 자유롭게 이름을 짓는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운영되는 이유와 그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헝가리의 사회 문화적 가치와 행정 체계가 얼마나 체계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에서는 왜 이름을 지을 때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까요?

 

이름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헝가리식 ‘이름 규정법’

 

헝가리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 반드시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 (Magyar Tudományos Akadémia)에서 관리하는 공식 이름 목록을 참고해야 합니다. 이 목록은 수천 개의 전통적인 이름과 현대적으로 승인된 이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이 목록에서 선택하거나, 만약 목록에 없는 새로운 이름을 원한다면 별도로 이름 등록 신청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가 ‘엘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이 이름이 목록에 없다면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에 서면으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 신청이 승인될 때까지는 출생 등록이 보류될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발음이 헝가리어 체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성별에 혼동을 주지 않으며, 아이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이 없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름을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왜 정부가 개인의 이름까지 간섭하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는 오랜 시간 동안 언어와 문화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름도 그 연장선입니다. 특히, 이름이 가진 언어적 특성과 사회적 의미를 고려할 때, 특정한 이름이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 혹은 외국어식으로 지나치게 표기된 경우에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어린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을 수 있는 이름 관련 놀림이나 차별을 예방하고자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특이하거나 부정적인 뜻을 가진 이름을 허용할 경우, 아이가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놀림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름을 심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헝가리의 이름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부모는 어떻게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요?

헝가리에 거주하거나 헝가리 국적의 배우자를 둔 외국인 부모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외국인 부모는 자녀의 이름을 ‘출신 국가의 작명 문화’를 기준으로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국가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이름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여전히 헝가리의 언어적 규범에 어느 정도 맞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계 헝가리 거주자가 ‘서윤’이라는 한국 이름을 딸에게 지어주고자 한다면, 이 이름이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사용되는 이름이며,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발음이나 표기 방식이 헝가리어와도 충돌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이름이 승인되면 공식적으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름 하나에도 반영되는 국가의 정체성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 가족의 의미, 그리고 나아가 한 사회의 언어적 질서를 반영합니다. 헝가리는 이러한 관점을 실천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름 등록 제도가 다소 불편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사회 전체의 언어적 질서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성과 자유가 중시되지만, 동시에 그 다양성이 무질서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헝가리의 이름 규정 제도는 이러한 사회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름 하나를 짓는 일조차도 국가의 문화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헝가리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헝가리식 이름 짓기,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헝가리에서 이름을 짓는 방식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언어적 정체성과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 차원의 고민에서 출발한 제도입니다. 이름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헝가리의 정책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단순히 예쁘거나 유행하는 이름을 선택하기보다는, 그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