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특이한 법

중국의 ‘부모 봉양법’, 실제로 얼마나 강제적일까?

그린 공간 2025. 5. 26. 21:36

1.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면 법에 걸린다? 중국의 특이한 제도

중국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중국은 2013년부터 **‘노인권익보호법(老年人权益保障法)’**이라는 법률을 통해 자녀의 부모 봉양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간단히 말해 “자녀는 정기적으로 부모를 찾아가고, 정신적·물질적 부양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효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셈입니다.

특히 이 법이 화제가 된 계기는 한 70대 노인이 자신의 딸을 상대로 “연락도 없고, 생계도 안 챙긴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였습니다. 법원은 “딸이 정기적으로 부모를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고, 딸에게 월 1회 이상 부모를 방문하고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낯설고, 심지어 ‘가족 간 일까지 법이 개입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법을 만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도시화로 인해 자녀들이 부모를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노인들의 고독사, 생활고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가족 책임을 법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2. 실제로 강제성이 있을까? 벌금이나 처벌까지 받을까?

그렇다면 이 법이 실제로 자녀들에게 ‘강제력’을 미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법적인 조항은 존재하지만, 집행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우선 이 법은 형사처벌을 직접적으로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법원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노인들이 자식에 대한 정서적 애착, 사회적 체면 등을 이유로 직접 고소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실제로도 이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법정까지 간 사례는 소수이며 대부분은 권고나 중재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분명히 큽니다. 특히 지방정부나 마을 단위에서는 이 법을 활용해 자녀들에게 부모 봉양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며, 기업에서는 직원의 ‘효행’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시의 한 회사는 직원의 연말 평가에서 “정기적으로 부모를 방문하는지 여부”를 체크 항목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는 법의 직접적인 집행이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부모 봉양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문화적 접근에 가깝습니다.

 

3. 가족 부양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의 의미

중국의 ‘부모 봉양법’은 단순히 법적인 강제보다 가족 간 책임과 윤리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효(孝)를 중시해온 유교 문화권에서, 부모를 돌보는 일은 도덕적 의무였습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런 문화는 점차 약화되었고, 그 공백을 국가가 ‘법’이라는 형식으로 메우려 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도가 다른 나라에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부모 보호법(1995)’을 제정해 자녀가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급여에서 강제로 생활비를 떼어가는 조치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부모 봉양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복지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중국의 사례는 가족이 더 이상 노인의 삶을 책임지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가정에 이런 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부양받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효도라는 개념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여전합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효도는 감정의 문제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중국의 ‘부모 봉양법’은 제도적 구속력보다는 상징적인 경고사회적 압박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운 평가입니다.

중국의 '부모 봉양법', 실제로 얼마나 강제적일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법

‘부모 봉양법’은 단순한 법률 그 이상입니다. 변화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가족 간 책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법으로 ‘효도’를 강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로 인한 갈등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노후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분명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와 비슷한 고민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효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생계를 방치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효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