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도 '면허'가 필요하다고요?
고양이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입니다. 귀엽고 조용하며 혼자서도 잘 지내는 특성 덕분에 전 세계 수많은 가정에서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고양이를 기르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단순히 반려동물 하나 키우는 데 왜 허가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그동안 개처럼 등록제나 세금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정부는 왜 고양이를 규제하려는 걸까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생태계와 직결된 중요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고양이가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실제 제도적 변화까지 하나씩 짚어보면 이 정책이 단순한 '동물 규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뉴질랜드 생태계와 고양이의 충돌
뉴질랜드는 고유종이 매우 풍부한 나라입니다. 특히 포유류가 거의 없고, 조류 중심의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어 외래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양이도 그중 하나입니다. 원래 뉴질랜드에는 고양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유럽 이민자들이 도착하면서 함께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고양이는 포식 동물입니다. 도시에서는 쥐나 벌레를 잡아주는 유익한 면도 있지만, 뉴질랜드의 시골이나 보호구역에서는 문제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새들을 공격하거나 둥지를 망가뜨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카카포(Kakapo)’, ‘벨버드(Bellbird)’, ‘페토렐(Petrel)’과 같은 고유종 조류는 고양이에 의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수십만 마리 이상의 토종 조류가 야생 고양이나 자유롭게 풀어놓은 반려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 같은 생태계 피해는 뉴질랜드 정부로 하여금 단순한 ‘동물 복지’ 수준이 아닌 ‘국가 환경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2. 고양이 허가제, 실제 적용되는 방식은?
현재 뉴질랜드 전역에서 일괄적으로 고양이 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 정부에서는 고양이를 등록하고 개체 수를 제한하거나,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조례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캔터베리(Canterbury) 지방과 웰링턴(Wellington) 지역에서는 고양이의 외출을 제한하고, 밤에는 반드시 실내에 있게 하거나 GPS 추적 장치를 부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곳 중 하나는 오타고(Otago) 지역의 일부 보호구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새 보호구역 인근 거주자가 고양이를 기르려면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중성화 및 마이크로칩 등록은 의무입니다.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되며, 반복적 위반 시 고양이를 몰수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고양이 허가제는 단순히 ‘키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행동 반경을 통제하고,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타협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뉴질랜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고양이 허가제에 대한 뉴질랜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정부가 너무 과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주는 기능이 있어 유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제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반면, 환경보호 단체나 조류 애호가들은 이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고유종들을 보유한 나라”라며,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영원히 사라질 생명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고양이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는 학교에서도 생태 교육의 일환으로,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직접 나무에 둥지를 설치하고 고양이 접근을 막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고양이 허가제는 단순한 규제 이상으로, 하나의 ‘사회적 인식 변화’ 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자연도 함께 지켜야 하는 이유
뉴질랜드의 고양이 허가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와, 자연 생태계 보존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시도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연을 아끼는 사람들도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해 수십 종의 새를 희생시켜야 하는가?”
정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뉴질랜드는 지금 그 과정을 진지하게 밟고 있으며, 세계 다른 나라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일상화된 시대에, 이와 같은 정책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 글이 고양이와 환경 보호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고양이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 더 많이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세계의 특이한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란의 ‘여성 자전거 금지법’의 현실 – 자유와 규율 사이에 선 여성들 (0) | 2025.05.27 |
---|---|
우간다에서는 남성이 스커트를 입으면 불법일까? – 성별 고정관념과 법 사이 (0) | 2025.05.27 |
중국의 ‘부모 봉양법’, 실제로 얼마나 강제적일까? (0) | 2025.05.26 |
노르웨이에서는 무제한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 북유럽의 음주 문화와 법적 규제 (0) | 2025.05.26 |
프랑스에서는 죽은 사람과 결혼이 가능하다? (0) | 2025.05.25 |
태국에서 속옷 안 입고 외출하면 진짜 처벌받을까? (0) | 2025.05.24 |
캐나다에서 동전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불법인 이유? (0) | 2025.05.24 |
싱가포르에서 껌을 씹다 벌금 낸 사연? 도시의 청결을 지키는 독특한 법 (0) | 2025.05.24 |